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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옆자리 동료가 한숨을 쉰다.

나도 따라서 한숨을 쉰다.

한숨이란게 전염이 되는건지..

 

'CG일 하는 거, 참 힘들다'

라며, 다들 말없이 한숨을 쉰다.

 

술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친구가 말한다.

와이프 임신했다고.

 

그말을 듣자, 내 얼굴은 웃고있었지만

속으론, '너.. 감당할 수 있겠냐?' 라는 생각뿐이다.

 

언제부터 애 낳는게 이렇게 무서운 일이 된건지.. 참.

 

CG바닥이라는 게 그렇다.

CAD와 같은 설계 직군이 아닌 이상

엔터테인먼트 직종이다.

그래서, 재밌을 거 같아보인다.

 

그래서 시작한다.

 

학원가나, CG 커뮤니티나..

정말 열정있게 뭘 배우려는 아이들이 많다.

 

처음엔 언제나 열정이 가득하다.

 

이런 신입들이 CG업계 사람들한테 열심히 뭘 물어보고 하는데

어느정도 CG에 몸담은 사람들은 거의 한결같이 말한다.

 

"웬만하면, 들어오지 않으시는게 좋아요"

 

근데, 처음하는 애들 대부분 저말을 안듣는다.

마치 모두가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짝사랑하는 여자애한테 고백하듯이 말이다.

 

"그래도 선배님,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해야죠!!!"

 

"ㅎㅎ 그래 열심히해봐" 라고 대답하지만,

속으론 '얘는 몇년 버틸까?' 라는 생각 뿐이다.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갖지 않은 이상,

이 일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 이상,

절박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 않는 이상,

인맥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은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관성적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생이라는게,

스스로 자기 인생을 몰고 가기 힘들다.

주위 사람의 영향력, 터지는 사건들,

다른 사람의 강요, 사회적 규범에 의해서

인생의 항로가 자꾸 흔들리기 때문이다.

 

아마,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1년 뒤에도 나는 지금과 똑같겠지 하며,

 

하루를 살아가기 보다

하루를 견뎌내는 삶이 될 가능성이 크다.

 

CG로 일한다는 건,

술자리에 나가면

 

"야~ 너 오랜만이다? 너 지금 뭐하냐?"

언제나 나의 직업이 뭔지 설명을 해줘야하고

 

"그렇구나~ 뭐 잘 모르겠지만, CG 그거 많이 버냐?"

 

언제나

 

"그딴거 왜하냐? 차라리 다른 거 해, 내가 소개시켜줄게"

라는 말을 들어야하는 직업이다.

 

몇년이 지나면, 아마 동료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야, 아버지 쓰러지셨다. 나 고향 내려가봐야겠어"

"나 말이야, 때려칠란다. 차라리 애들 가르치려고"

"나 이길 아닌 거 같다. 다른 길 찾아볼라고"

 

그러면

당신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 그만하자. 나도 그만할란다."

 

흔히 있는 스토리다.

 

어른이 된다는 건, 사람과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서로가 너무 상처입지 않는 거리를 찾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나는 어른이 될 수록

내 사람들과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는 커녕

멀어지기만을 반복하는 것 같다.

 

예전에 꼬맹이시절, 선배가 술자리에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인물일 수록, 높은 위치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고지식하고 짜증스러운 사람 말이야.

유머러스하고 이해심 있는 사람은 팀장이나 본부장이 되기 힘들어.

인간미 넘치는 사람일 수록 빨리 회사를 나오게 돼있다고."

라고 말한게 기억난다. 정말 정답인 거 같다.

 

근데, 나는 그 선배의 말에

"비겁한 놈도 높은 위치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요"

라고도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

그리고 인간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야 이거 네가 그런 거 아니야?"

"아니에요, ~가 ~해서"

어쩌고 저쩌고..

 

어떻게든 책임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책임을 희석시킨다.

 

분명히 자기책임의 주도하에서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면서도

책임을 면해보겠다고

 

비겁해진다.

 

그래..

이젠 이것도 인생인가보다.. 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촬영장에 간 적이 있다.

한 분이 엄청나게 뛰어다니시는데..

 

딱봐도.. 현장매니저다.

힘든데도 웃으면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내 신입시절이 잠깐 생각나 쓴웃음이 지어졌다.

 

한국의 엔터바닥이란 건, 정말 폐쇄성이 강한 직종이다.

다시 말해, 아는 사람들끼리 해먹는 구조라는 거다.

 

아마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 알거다.

유명한 작품에 들어가는 스탭들은 거의 대부분 똑같다는 거.

근데, 그걸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검증된 사람들이니까.

 

며칠 후, 식사를 하다가, 옆자리를 보니

누군가 뭔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깜짝놀랐다.

그 현장매니저였다.

 

옆엔 그 매니저의 신인배우가 앉아있었다.

여배우였다.

 

캐스팅 디렉터에게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았다.

들어보니 그 신인배우가 최종 오디션에서 탈락한 모양이다.

 

매니저가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마도 거절당한 것 같다.

 

옆에 앉아있는 신인 배우의 푹숙인 고개.

 

비일비재하다.

 

누군가는 무감각해진다고 하는데,

난 볼때마다 적응이 되질 않아

고개를 돌린다.

 

마치 내 자식이 거절당하고 있는 모습 같아서

끝까지 쳐다보기가 너무 힘들다.

 

저 신인배우의 모습이..

미래의 CG신입사원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현재 CG 아티스트는 점점 신인배우 같은 게 되어가고 있다.

예전엔 CG좀 안다하면 VFX 신입으로 넣어주고 그랬다.

CG라는 걸 아는 사람 자체가 드물었으니까.

 

촬영장에서도 CG하는 애들 엄청 거슬려했다.

뭔데 촬영장에서 나대지? 이런 느낌.

 

요즘엔 툴이 발달하고, 컴퓨터가 좋아지고, 배울 곳도 넘쳐나서

진입장벽이 어마어마하게 내려갔고,

하고 싶어하는 애들은 많은 구조가 돼버렸다.

 

지금은 그렇게 확연하게 티가 나진 않지만,

앞으로는, 신입사원에게 요구되는 것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그에 따른 댓가. 즉 연봉은

점점 더 낮아지는 추세,

또는 안올라가는 추세가 될 것이다.

 

근데 여기서 한가지 함정이 있다.

잘하는 아티스트들의 연봉도 잘 안올라 갈 것이라는 것이다.

 

"돈 별로 못받아도 좋아하는 거 하면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패왕색 패기의 신입사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대답은

 

"응 ^^ 아니야" 이다.

 

인생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돈은 꼭 필요하다.

나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 내 주변사람을 위해서도 말이다.

 

사실 잘하는 아티스트들이 현재 돈을 못받는 것은

역사적인 이유와 제한적인 인구수라는 이유가 엮여있다.

 

한국은 업계 전반적으로 CG 지식의 성숙도가 낮다.

CG촬영을 해본 배우들부터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은 원래부터 VFX 시장이 큰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에

해외와는 많이 다른 길을 걸었다.

 

해외의 경우,

과거에 VFX를 하던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받았다.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없으니, 당연히 대우가 좋았다.

 

현재는 스타급 아티스트가 아니면

그저 그런 돈을 받는 형국이지만 말이다.

 

한국의 경우, VFX가 본격화된 시기가 아주 늦었다.

DP시스템이 들어온 것도 늦었고,

촬영장에 CG 슈퍼바이저가 들어가는 것도 거의 최근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전원일기> 보고 있을 때,

해외에서는 <스타워즈>를 만들고 있었다.

 

이에 따라, CG가 최상의 퀄리티를 내도록

촬영 시스템이 완벽하게 스며들어있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래서 언제나 이해를 시켜야하고, 부딪히게 되며,

CG 작업에 수정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처음에 CG를 고려해서 콘티를 짜고

촬영을 설계했으면 안해도 될 일을

CG 아티스트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곧 <시간낭비>와 <CG 퀄리티 하락>을 의미한다.

 

이게 현재 CG좀 한다는 사람들의 급여가 낮은 최대이유다.

 

이렇게 시간낭비를 많이 시키고

안해도 될 수정을 많이 하게 되는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냐면

 

잘하는 사람의 퀄리티와

중간정도 하는 사람의 퀄리티가 동급이 돼버린다.

 

어떤 건 엄청 잘만들어놔도

뭔가 이상하게 편집이 되고

뭔가 분위기에 안맞는 느낌이 되고

뭔가 감정선에 어긋나는 것 같아지고

어떤 건 시간이 부족해서 퀄리티가 안나오게 되고

다른 사람의 일을 계속 떠안게 된다.

 

한마디로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만큼 퀄리티를 못뽑고

중간정도 퀄리티밖에 못가게 된다.

 

그러니, 잘하는 사람 = 중간정도 레벨로 인식이 되고

잘하는 사람 급여 = 중간정도 레벨이 받을만한 급여

이런식이 된다.

 

그리고 잘하는 사람이 그사람 능력에 맞는

높은 퀄리티의 씬을 많이 못만들게 해서

잘하는 사람의 포트폴리오가 향상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우

철저하게 가치에 따라 값을 매기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이 중간정도 레벨의 퀄리티를 뽑아내면

절대 중간정도 레벨의 연봉 이상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중간정도 레벨의 퀄리티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면

해외에서 데려가지도 않는다.

 

이는 해외에서의 한국인 인맥이 끊긴다는 것을 의미하고

한국인의 해외 진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서

궁극적으로 해외에 한국인 스튜디오가 설립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투자 가능성을 없애버린다.

잘하는 사람이 완벽하게 퀄리티를 낼 수 없으니

한 영화에 퀄리티가 높은 씬이 별로 없게 된다.

그럼 해당 영화를 본 투자자는 가능성을 못 느끼게 되고

그 스튜디오에는 투자가 안들어오고

궁극적으로 발전이 없게 된다.

 

두번째로는 인구수 문제다.

대한민국의 인구는 제한돼있다.

따라서 내수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이 제한되기 때문에

모험적인 투자자가 없는 이상

제한된 투자(제작비)를 할 수 밖에 없다.

 

해외수익 제외,

1인당 한번 영화를 본다고 가정하고,

관객의 취향(느와르, 액션, 로맨스 등)으로 관객수를 제한하면,

한국에서 한 영화에 최대로 기대할 수 있는 관객수는 약 1700만명이고

손익분기점 기준으로

최대 약 500억 정도까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이 말은, 해외 영화의 경우 평균적으로 400억정도의 제작비를 넣는데

한국에서 400억정도의 제작비는

정말 엄청난 모험정신을 가진 투자자가 아니고서야

시도하지 않는 액수라는 말이 된다.

 

이에 따른 해결책으로

중국쪽 자본을 끌어오면서 활로를 여나 싶었지만

사드 문제로 활로가 많이 막혀버렸던게 사실이다.

한한령이 나면서, 뉴스에는 나오지 않은

가슴아픈 사연들이 참 많이 있었다.

 

그래서 최대 약 300억정도로

고퀄리티 CG 영화를 만들어서

그 영화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얘기인데..

현실적으로 300억이상 들어가는 컨텐츠의 경우

소위 칼질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감독이나 원작의 의도를 많이 배제한 채

오로지 상업적인 흥행을 위한 줄거리,

클리셰들의 난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렇게 감독의 의도나 원작의 의도에서 벗어난 형태로 만드는 경우,

대부분 원작 팬들의 팬덤을 형성하지 못하게 되고,

차기작, 시즌2, 속편의 가능성을 죽여버리게 된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으로는

약 100억정도의 영화에서

스토리도 좋고, CG도 고퀄리티인 영화를

많이 만드는 게 최선인데

아직은 많이 어렵다고 본다.

 

글이 길어졌는데, 단편적인 기억들과

생각들을 적어놔서 정리가 안된 감이 있다.

 

이상으로 아티스트들이 돈을 못받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한가지 해결책이 있긴 하지만,

정치적인 것과 연관돼있고

실현 가능성 조차 요원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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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 기준 애니회사가 연매출 10억벌던 100억벌던 막상 연봉협상하면 연차별 연봉테이블은 별 차이 없던데 그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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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큰 회사여도 오히려 수익은 마이너스인 경우도 있습니다 어딘가에 돈을 많이 쓴다는거죠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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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착각하는게 매출이 많으면 재정적으로 건강하고 좋은 회사인 줄 안다는 것이죠. 진짜 중요한 것은 현금 유동성과 당기순이익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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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말이 맞음 ㅇㅇ 겉만 번지르르한 ㄷㅅㅌ가 이 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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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이 업계 벗어나서 수필작가 하셔도 될 분인거 같은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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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야가 꽤 좁았었네요 대접이 박한 이유가 생각보다 더 뿌리깊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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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국에서는 뭘 해야 돈 걱정없이 살수있을까,,,과연....이제 막 시작한 씨지 아티스트인으로써 매우 슬프면서도 막막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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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돈이 적다고 불만 얘기하는것이.. 작업자들이 씨지로 갑부가 되겠다는게 아닙니다. 최소한 법이라도 지켜줬으면 하는거에요. ㅜㅠ

원래 이쪽에서 포괄임금제 자체가 불법입니다. 포괄임금제로 연봉은 정해져있는데 야근/주말출근같은 추가근무는 고무줄 늘어나듯 무임금으로 잘만 시킵니다. 익게 글들 보면 몸상해서 그만두거나 몸아프단분 많습니다. 

 

덧붙여서 이쪽에서 아무리 회사에 충성해서 열심히 해봐야 장급 연봉은 도저히 가정을 책임질수 있는 금액이 아닙니다. 퇴근해서 집에서 가족얼굴 보고 과 함께 저녁먹는 삶을 포기하는것 치고 받는 대우나 보상은 너무 잔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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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서 집에서 가족얼굴 보고 함께 저녁먹는 삶을 포기하는것 치고 받는 대우나 보상은 너무 잔혹합니다."

공감합니다.......... 화가나는게 아니라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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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일이던 쉬운일은 없는데 cg는 사람을 지치게함 하루살이 같은 느낌..ㅎㅎ 그냥 오늘 하루! 잘버티면 장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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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쓰시네요....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에는 싸우는 댓글이 안달렸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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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댓글은 비추천(싫어요)에 의해 차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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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앉아서 잠자코 책 30페이지도 읽지 못하시는 분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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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의 비추1 ㅋㅋㅋㅋ 비추실명제 오졌다리 오졌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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